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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모양 바위·인공 호수 어우러져 봄 향기 '살랑' |
금곡로 희망근로사업으로 새단장
'애기소'로 유명한 대천천 전설 느껴
수목원 3D 체험관 등 볼거리 많아
도시철도 금곡역부터 화명정수장까지 이르는 11.3㎞ 구간은 기점 부근과 산성마을과 화명동을 잇는 도로를 빼곤 오롯이 흙길이다. 아이와 함께 가거나 연인끼리 걷기 좋은 길이다. 지도보다는 시집, 나침반보다는 디지털카메라를 지참하는 게 길에 대한 합당한 대우이겠다.
금곡역에서 곧장 아스팔트 길을 올랐다. 10분 만에 원효정사에 도착했다. 이 절은 신라대 총장을 하다 불교에 귀의한 법산 스님과 인연이 있는 절이다. 원효정사 바로 옆에 있는 불암사의 약수를 떴다. 물맛이 명쾌하게 목젖을 타고 흘렀다.
원효정사에서 15분 정도 걸어 고당봉으로 가는 푯말을 만났다. 북구가 지난 2009년부터 희망근로사업 등으로 정비한 금곡산책로에 접어들었다. 데크와 길잡이 역할을 하는 밧줄이 보기 좋게 놓여 있다. 길 주변에 벚나무가 자란다. 봄날에 여긴 벚꽃 천지이겠다.
금곡동은 금정산 고당봉에서 낙동강 쪽으로 뻗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금이 많이 나 '금맥 골짜기'라는 뜻도 있다. 가야시대 쇠를 녹인 야철터가 있어서 금곡이란 설도 있다.
평평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주민들이 아침운동을 즐기고 있다. 체육공원에서 5분 정도 가파른 나무 계단 길을 올랐다. 잠시 뒤 이정표를 잇따라 지나 또다시 경사가 급한 구간이 나타났다. 이날 걸은 길 중에서 가장 난코스로 200여m 정도인데 '이 정도쯤이야' 하고 박차를 가했다. '길이 조금 지겹다' 싶을 무렵 금곡약수터가 기다리고 있다. 바가지로 물을 양껏 떠, 타는 목을 구슬렸다.
금곡약수터를 지나 10분 정도 더 걸으면 내리막을 만난다. 거기에다 각종 신기한 모양새의 돌이 길을 호위한다. 돌고래 모양의 집채만 한 바위가 길을 막는 듯했다. 꼬리 부분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전진했다. 고구마 모양의 바위 한 쌍 틈으로 난 길을 걸을 때는 몸을 사렸다.
바위 이름은 뭘까. 둘레길 팀이 왁자지껄했다. 몇몇 이름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뚱뚱한 사람은 바위 틈새로 빠져나오기 어려우니 '몸매관리바위'로 부르자 했다. 다른 이는 바위를 지나면서 말수가 많아졌다며 '수다바위'로 부르자고 답했다.
무명바위 지대를 벗어나자 낙동강이 그윽히 보이는 전망대가 서 있었다. 강 주변은 4대 강 사업용 굴착기가 오갔다. 김해, 양산 일대의 산들이 강을 병풍처럼 감쌌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찾는지 주변에 쓰레기가 널려 있다. 10분 정도 쉬다 다시 길로 들어섰다. 고당봉 등산로, 주공 6단지 이정표를 지나 김해 김씨 금곡종중회의 '무단 경작 금지' 안내판에서 왼쪽으로 올랐다.
2기의 무덤 뒤에 메줏덩이 모양의 바위가 2층으로 쌓였다. 누가 일부러 쌓은 듯 길과 잘 어울렸다.
화명수목원 방향 푯말을 따라 8분 정도 걸었다. 사거리가 나왔다. 고당봉, 화명벽산, 인재개발원, 수목원 네 방향을 가리켰다. 수목원까지는 2.7㎞였다.
이곳부터는 흙길과 암릉이 번갈아 나타났다. 흙길은 편안했고, 돌길은 무난했다. 이런 길이 10분 정도 계속됐다.
다소 길이 지겨워질 때쯤 화명수목원의 후문 연두색 쇠 울타리가 보였다. 나무 데크와 인공호수를 돌아 수목원 가운데로 갔다. 소형 자동차 크기만 한 장수하늘소 모형이 나무에 붙어 있었다. 지난 2003년부터 조성기 시작한 화명수목원은 11만 653㎡ 규모에 활엽수원, 침엽수원, 수서생태원 등 학습원이 있다. 현재 가시나무 외 628종 17만 5천516그루의 수종이 자란다.
수목원 본관 앞에 대천천 '보행목교'가 있다. 대천천은 애기소로 유명하다. 전설은 이렇다.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선녀가 아기를 점지했다. 조건은 3년 뒤에 아기를 도로 데려가는 것. 부부는 아기를 낳았고, 3년째 되던 날 선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대천천 상류로 올라갔다. 이때 선녀가 약속이라며 아기를 데리고 사라졌다. 이후 이 소 주변에 아기 울음이 들렸다고 한다.
애기소의 전설을 뒤로하고 수목원 내부의 금정산 미니 모형, 숲전시관, 3D체험관을 둘러봤다. 수목원은 2012년께 정식 개장한다. 다만, 오는 4월부터 어린이집, 학생교육원 등은 사전 예약하면 견학할 수 있다. 둘레길 순례객들은 수목원을 도보로 관람할 수 있다. 몇몇 시설은 제한된다.
화명수목원 김종현 관리사업소장은 "화명수목원이 둘레길 구간에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코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목원을 나와 산성도로를 건넜다. 등산로를 따라 650m가량 걸었다. 표고가 조금씩 높아졌다. 평평한 데 이르렀을 때 멀리 파리봉(615m) 방향 이정표를 만났다. '파리'는 불교의 일곱 가지 보물 중 하나인 수정이다. 암봉이 유리알처럼 빛난다 해서 붙었다. 이정표에서 1.6㎞ 떨어져 있다.
이정표에서 화명정수장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4시인데도 산을 오르는 이가 많았다. 둘레길 팀은 십수 년째 이곳에서 케일주스를 판다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요구르트를 넣은 1천 원짜리 주스 한 모금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입안에서 케일 향이 사라질 즈음 화명정수장에 도착했다. 출발한 때부터 4시간가량 걸렸다. 주변에 서 있던 금정산 제21등산로 안내도를 보면서 걸어온 길을 되새겼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출발 지점인 금곡역까지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가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겠다.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산 구포에서 금곡대로에 진입해 양산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 금곡역 앞에서 멈춘다.
차는 금곡역 공영주차장에 세우는 게 좋겠다. 요금은 10분당 200원, 종일 주차는 4천700원이다.
4차 구간이 끝나는 화명정수장에서 부산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까지는 걸어서 넉넉잡아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화명역 주변에 부산, 양산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여럿 있다. 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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