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금정산 둘레길

[길을 걷다 - 금정산 둘레길] <5> 화명정수장~ 만덕종합사회복지관 11㎞

원태산 2011. 3. 11. 10:24

[길을 걷다 - 금정산 둘레길] <5> 화명정수장~ 만덕종합사회복지관 11㎞

쭉쭉 뻗은 소나무 천지, 솔향 가득한 오솔길 '운치'

 

 금정산 둘레길 5차 구간은 솔 내 가득한 길이다. 참나무 낙엽이 수북한 오솔길도 등장한다. 이른 아침에 걸으면 고요한 청량감이 사위를 감싼다. 둘레길은 이번 구간에서 금정산을 지나 백양산을 만난다. 이들은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한 줄기이다. 같은 뿌리의 산인 것이다. 모두 부산의 기둥 산이다. 오늘 길은 손질이 잘된 길이라 발품이 덜 든다. 비탈도 순한 편이라 초보 답사자들에게 권한다.

부산 북구 화명정수장 뒤쪽에서 출발해 한국전력공사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걷는다. 시멘트로 물길을 낸 소하천을 건너, 능선 쪽으로 붙는다. 길 왼쪽에 경작지가 여럿 있다. 다랑이 논처럼 계단식이다. 대부분 텃밭이다. 한 텃밭 안에 개발제한구역 표석이 갇혀 있다.

배수로를 따라 걷다가 '식수원 경고' 간판이 나온다. 갈림길인데 직진하는 길은 와석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을 보호하려고 철제문과 철조망으로 막았다. 철제문에서 왼쪽으로 꺾었다. 울창한 소나무가 나무 그늘을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파란 철문을 통과해 10분 정도 지나면 왼쪽에 고당 할머니를 모신 사당을 지나친다. 붉은 기와 사당 주변에 금줄이 걸렸다. 이곳에서 7~8분 정도 걸으면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 옆에 '세면, 세탁, 목욕, 개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있다. 그만큼 계곡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6분 정도 걸으면 송전탑이 서 있다. 탑 주변에 족히 40~50년은 더 된 소나무가 울창하다. 낮인데도 해를 가릴 정도다.

이정표 2개를 잇따라 통과한다. 곧 확 트인 곳이 나타난다. 북구청이 만든 전망대이다. 목재 데크에 올라서니 낙동강이 멀리서 물결친다. 북구 덕천동, 만덕동 일대가 코앞이다. 평일 낮이지만 사람들이 제법 있다. 전망대 바로 뒤쪽에 통나무 간이 벤치가 있다. 도시락을 준비했다면 조금 이르지만 여기서 먹으면 좋겠다. 벤치 주변에 무시무시한 현수막이 있다. '야생멧돼지 출몰지역 주의'. 멧돼지와 마주치면 '등을 보이며 뛰거나 소리 지르는 등 절대 자극하지 말고, 나무나 바위 뒤, 우산을 펴고 신속하게 숨으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겨울 금정산에 멧돼지가 나타나 붙은 것인데, 그 덕분인지 이후 멧돼지를 본 사람은 없다.

잘 다듬은 흙길을 밟고 솔밭을 또 걸었다. 황톳빛의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땅이 푹푹해 맨발로 걸어도 될 정도다. 이런 길은 맨발 걷기 코스로 만들어 봄직하다. 내리막이 마감될 무렵 간이 체육시설이 보이고 '금정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여기에서 25분 정도 편안하게 길을 걸으면 쉼터가 나온다. 쉼터 기둥에 거울이 달려 있다. 쉼터 바로 밑에 상학산 약수터와 체육시설이 있다. 물을 긷는 사람들과 목을 축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한 모금 마셨는데 물맛이 순하다. 쉼터에서 5분 정도 느슨한 오르막을 걸었다. 만덕동(석불사)·미리내유치원·만덕중·화명동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났다.

이번 구간은 이정표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배치돼, 이정표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 만덕동 쪽으로 길을 택했다. 조금 오르막이다. 오른쪽으로 상학초등학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상계봉과 상학초교(석불사)로 나뉘는 갈림길이 기다렸다. 우회전했다. 갈림길 주변에 간이 체육시설이 있다. 족구장도 있고, 인공 못도 있다. 평상이 있는데, 소나무 그늘이 그윽해 여름철에 오면 그만이겠다.

10분 정도 산허리를 따라 걸었다. 남원 양씨 가묘를 지나 너덜 구간을 통과했다. 경사가 조금 급하다. 김장독 크기만 한 화강암들이 길 주변에 박혀 있다. 돌에 솔향이 배었는지, 발을 뗄 때마다 향이 따라오는 것 같다.

8분쯤 지나 석불사로 올라가는 포장 임도를 만났다. 절 입구까지 700m가량 걸어야 하는데 경사가 가팔라 다소 숨이 차다. 석불사는 바위가 병풍처럼 절을 둘러싸고 있어 '병풍암'으로도 불린다. 1930년 창건됐다. 절 주변 암벽에 석가모니, 나한상 등이 조각됐다. 높이가 6~7m쯤 돼 보인다. 현대식 대웅전은 특이하게도 2층이다.

석불사를 보고 다시 임도를 따라 내려왔다. 전통음식점인 '은행나무집'을 지나 산불조심 안내석을 보면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올랐다. 5분 정도 지나 전망이 좋은 곳이 나왔고, 잠시 후 천주교 공동묘지인 '부활동산'이 길 왼편에 있다.

부활동산을 지나자 이정표가 나온다. 고당봉-만덕 제1터널-백양산을 안내한다. 백양산 쪽으로 움직인다. 안내 리본이 달렸으니 참고하자. 다시 솔밭이다. 길 너비가 제법 돼 답사팀이 일렬횡대로 걸어도 여유가 있다. 사람들의 잦은 발길 탓에 길은 다림질한 듯 반들반들하다.

길 오른쪽 언저리에 묘 1기가 있다. 발길이 잦았는지 묘는 평평하다. 5분 정도 지나 만덕 제2터널 위를 건너갔다. 철학로 쉼터가 나왔다. 동래구가 2009년에 만든 철학로(쇠미산) 등산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다. 모두 424계단이다. 계단 중간쯤에서 오른쪽 흙길로 길을 바꿨다. 25분쯤 부지런히 걸었다. 자연생태 체험학습장이 눈에 보였다. 여기 습지에 개구리, 도롱뇽이 산다고 한다. 학습장 가운데에 있는 목재 데크를 걸어봤다.

여기서 260m 정도 떨어진 곳에 쇠미산 구민의 숲이 기다린다. 쭉쭉 뻗은 소나무 천지이다. 매스게임할 때처럼 나무들이 줄을 맞췄다.

숲을 지나 남문-어린이대공원-암석원학습장 이정표가 나온다. 암석원학습장 쪽으로 걸으니 산불감시초소가 오른쪽에 있다. 편백 숲을 지나 나무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이정표가 잇따라 나오는데 만덕동-만덕3주공-암석원학습장 쪽으로 진행한다. 키 낮은 편백이 자라는 고개를 5분 정도 내려간다. 내리막이 끝날 즈음 무릎 높이의 돌무지가 길을 따라 이어진다. 구청이 설치한 안내전광판도 있다. 이제 백양산 자락에 접어 들었다.

이곳에서 지팡이 깎는 강병재(길언저리 참조) 씨를 만났다. 강 씨와 헤어져 백수정 약수터로 내려갔다. 물맛이 부드럽다.

여기서 쉼터 데크를 지나 종점인 만덕종합사회복지관에 도착했다(소요시간 7분). 쉬는 시간을 합쳐 넉넉잡아 5시간 정도(약 11㎞) 걸렸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어떻게 가나?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화명역에서 내려 기점인 화명정수장까지는 넉넉잡아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화명역 주변에서 7번 마을버스(요금 1천 원)를 타고 화명정수장까지 가도 된다.

종점인 만덕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9번 마을버스(요금 1천원)를 타고 도시철도 3호선 만덕역에 내려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된다. 1-1번 마을버스로 북구 덕천교차로까지 가서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여유가 있다면 복지관에서 20~25분 정도 걸어 내려가 도시철도 3호선 남산정역까지 가도 되겠다.

전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