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와 50대에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입시 세계에서 대학교를 보내고 나면 이제 해방감을 느낄 것이다. 할 바를 다했다고? 아니다. 이제는 대학생 학부모 여러분들이 고3이 된다.
은퇴 후가 10년 정도라면 준비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겠지만, 이제는 그 기간이 40년으로 길어진다. 준비를 잘하는 것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자녀 교육비·결혼비용
무리한 부담 자제를
'건강도 저축' 개념으로
스스로 노력 관리해야
사회적 관계·행복 등
비재무적 요인도 중요
우선, 100세 시대 운운하지만 도대체 우리는 몇 살 정도까지를 기준으로 은퇴 설계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자들은 평균수명이 78세 정도 되니 '대략 이 정도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 55세 이상, 그리고 부부 둘 중 한 명이 최종 사망하는 연령으로 보면 90세가 가장 많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보다 대략 두 살이 많기 때문에 이 차이까지 감안하면 92세 정도로 보아야 한다. 이것도 평균수명이 예상 외로 증가할 수 있는 부분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55세에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가장 많이 한다. 그렇다면 남자는 92세를 목표기간으로 볼 때 37년 정도를 은퇴 후 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은퇴 후 대략 40년의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다고 보면 된다.
둘째, 주택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여 부동산 투자를 하면 실패한다. 고령화가 급하게 진전되면서 부동산시장의 양태가 달라졌다. 먼저 애들을 키우느라 40·50대에 넓혔던 집은 다시 좁혀야 한다.
그뿐 아니다. 주택은 가지고 있다가 유산으로 물려줄 자산이 아니라 유동화하여 연금으로 만들 수 있는 자산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택은 필요할 때 조금씩 떼내어 팔 수도 없다. 담보로 돈을 빌리면 되지만 돈을 못 갚으면 사는 집에서마저 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택연금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종신으로 지급해주며, 사망 시 집의 가치가 빌린 돈과 이자를 합한 것보다 많으면 차액을 상속자에게 지급해주며, 집값이 폭락하면 그 부담은 기관(주택금융공사)이 진다. 수명 리스크와 집값 하락 리스크 모두 헤지가 가능한 것이다.

셋째, 일을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매월 버는 돈의 자산가치는 높아진다. 월 30만 원을 버는 것이 우습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자산가치로 간단하게 환산해 보면 금리가 5%일 때는 7천200만 원 정도지만, 금리가 1%로 하락하면 3억6천만 원의 가치가 있다. 금리가 1%이면 3억6천만 원을 가지고 있어도 매월 30만 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벌써 금리가 3%대로 접어들었다. 일본이나 대만은 이미 0~1%대이다.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인적자본의 가치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더욱 높아진다.
만일 금융자산을 충분히 모으지 못했더라도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이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따라서 은퇴 전부 터 자신의 인적자본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넷째, 불확실한 것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게 헤지를 해두는 게 좋다.
수명 리스크, 큰 병에 걸릴 리스크들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3층 보장이라고 하지만, 50대의 공·사적 연금은 모양이 갖추어진데 반해 그 내실이 너무 부족하다. 공적연금도 아직 미흡할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은 더욱 열악하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사적연금의 비중이 4.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34%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에 퇴직금도 중간 정산을 많이 해서 쌓인 것도 별로 없다.
최소한 생존에 해당하는 금액은 반드시 연금화해 놓아야 한다. 거기에다 적정한 정도의 필요자금 정도까지도 연금화해 놓아야 한다. 주택연금, 즉시연금, 월지급식 상품 등으로 5층 정도까지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먼 길을 가려면 봇짐도 넉넉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여기에다 질병에 따른 리스크는 보험으로 헤지해 놓아야 한다.
다섯째, 자녀에 대한 부분을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40·50대들이 노후 자산을 모으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40~60대가 자녀 결혼비용을 지원할 경우 최소 25만 가구에서 최대 190만 가구가 추가로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인 빈곤율이 45%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교육비는 차치하고라도 결혼비용까지 무리하게 부담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병의 압축이라는 개념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우스개 소리로 '9988234'이 있다.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다 죽는다는 개념이다. 10년 아프던 것을 한 달이나 10일 정도로 압축시켜 버리자는 것이다. 100세 이상의 고령자를 보면 대부분 짧게 아픈 뒤 편안하게 세상을 떠난다. 이들은 젊을 때도 큰 병을 앓지 않는다. 유전적인 요인도 크지만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증가 속도를 보면 환경요인과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의 압축은 어느날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축적해야 한다. 돈을 저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제는 건강도 저축이라는 생각으로 관리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는 마치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성에 착륙하면 무엇이 있을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그만큼 사회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훨씬 다르게 변해갈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지금까지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면 이들의 대규모 은퇴도 또 한 번 세상을 상상 이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고3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위의 여섯 가지 개념을 체화해야 한다.
물론 사회적 관계, 행복 등 비재무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공자도 '입고 먹는 것이 충족되어야 예절을 안다'고 했다. 기본적인 것을 우선 잘 준비해야 할 때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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