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국제신문 [박희봉 칼럼] '2028년' 20141021

원태산 2014. 10. 21. 09:55

 

세계 패권 대전환기 이미 시작됐는데

군대는 썩어빠졌고 정치·경제는 갈팡질팡…이래서야 온전하겠나

알프레도 세이어 마한. 남북전쟁 참전 뒤 해군대학에서 전쟁사를 강의했다. 이때 내놓은 책 한 권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든다.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 1889년 나온 이 책은 30차례 해전사를 분석해 해양을 통한 세계전략을 담은 걸작이다.

마한은 대해군과 해외 해군기지, 파나마 운하 건설, 하와이 합병을 제안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해군차관 시절 이 책에 감명받아 대양해군 조성에 나선다. 25년의 긴 세월이 걸렸지만 이후 미국의 세계 제패가 시작됐다. 마한은 해양력이 군사, 정치, 경제에 파급을 미치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독일의 빌헬름 2세는 6년 만에 8척의 주력 전함을 건조함으로써 힘을 발휘한다. 일본 역시 전함 구축에 나서 러시아 발틱함대를 격파했으며, 진주만 공격에도 활용한다. 도고 헤이하치로는 참모 아카야마 사네유키 중령에게 마한의 해군전략을 세세하게 배워 오도록 했다. 일본이 무인도를 속속 점령한 것도 이즈음. '섬을 점령하면 주변 바다는 그 나라 차지가 된다'. 마한의 이론은 20세기 세계 패권의 원형질이었다.

다시, 눈을 돌려 중국 쪽을 보자. 전통적으로 중국은 바다에 무관심했다. 전쟁의 나라였지만 해전은 드물다. 중국 역사에서 단 한 번 주목할 기록이 있다. 정화함대. 콜럼부스보다 70여 년 앞섰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해양국가에서 내륙국가로 돌아선 600년은 치욕의 역사였다.

세월이 흘러 1980년대 덩샤오핑 시대, 중국의 해양전략은 전환기를 맞는다. 1950년대 마오쩌둥은 마한 제독의 대양전략론에 비판적이었으며 미국의 해양전략을 혐오했다. 반면 덩샤오핑은 이를 수용해 중국의 해양력 건설과 해양 지배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1992년 법령을 통해 "중국의 영토는 동사군도, 서사군도, 정사군도와 남사군도를 비롯해 인근의 모든 도서를 포함한다"고 명시한다. 이것이 영유권 분쟁의 뿌리다. 천안함 사건 때는 "서해는 중국의 내해"라 주장했다. 어째 섬뜩하지 않은가. 2007년 12월, 중국 국가해양국 산하 해양신식망(新息網)에 '이어도는 중국땅'이란 글이 실렸다. 5년 뒤에는 류츠구이 국가해양국장이 "이어도는 중국 관할 해역"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해,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켜 난리가 났다.

중국의 대양해군 전략은 경제력 팽창과 맞물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구매력 기준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142년 만의 경제 패권 변화, 이건 마찰과 폭발을 예고한다. 일전에 미국이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미중 전쟁을 예고했다. 그 시점이 2028년. 그때쯤이면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맞먹는다, 그런 이야기다. 미국의 포위전략과 중국의 팽창전략은 강력한 휘발성을 안고 있다.

공교롭게도 2028년은 제7광구의 족쇄가 풀리는 해.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발 협약이 그때 끝난다. 중국의 제해권 시도와 이어도 분쟁, 제7광구를 둘러싼 자원 분쟁…. 지도를 한번 보라. 이어도와 제7광구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숨구멍이다. 이게 막히면 활로가 없다.

 

또 있다. 미국 육군이 발표한 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제일 높은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다. 러시아의 팽창 전략, 북한과 이란도 시나리오 중 하나다. 살얼음판은 언젠가 깨지게 돼 있다. 세계 권력의 교체기, 그걸 우리는 어떻게 넘을 것인가.

대외 정세는 이렇게 준엄한데, 아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 우리 군의 기강 와해는 악몽이다. 가혹행위와 탈영, 총기사고, 잇단 자살 사건, 장군의 술 추태와 지휘관의 성추행, 부하 장교의 상관 협박…. 이건 해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썩어 문드러진 군의 실상이다. 군의 강약은 병사의 사기에 의해 결정된다. 한데, 이래서야 어찌 국토를 수호하겠는가.

방산 비리는 또 어떤가. 도대체 군대란 게 명예심이 없다. 율곡사업에서부터 차기 전투기, 해군 전력증강, 한국형 전투기 등 전력 강화사업 때마다 비리로 얼룩졌다. 그 결과로 무기 체계는 비용만 잔뜩 들고 효율이 떨어진다.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비는 2조라는데, 우리의 대응 비용은 27조에 달한다. 국방비는 32배 차이지만 제대로 대응이 될까 의문이다.

독도함, 강감찬호, 광개토함은 잦은 고장에 탄약 불량, 훈련 부족으로 실제 작동도 불투명하다. 전투기와 K-9 자주포 등은 미사일과 폭탄, 탄약이 태부족이다. 대전차 무기는 낡아 버렸고 벌컨포는 야간 표적 탐지도 안 된다.

대전환점인 2028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55세 이상이 55%가 된다고 한다. 늙은 한국의 경제는 그리 밝지 않다. 정치라고 온전한가. 국가 전략은 실종되고 당쟁만 난무한 게 지금의 실상이다. 격동의 19세기 말, 조선은 거센 풍랑에 휩쓸린 조각배였다. 그 모습이 지금과 뭐가 다를까.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