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얼레빗) 2672. 절기의 마지막 대한, 다음을 위한 준비기간

원태산 2014. 1. 20. 09:04

오늘(1/20)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인 대한(大寒)입니다. 이름으로 보아서는 가장 추운 날이지만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 무렵이 대한 때보다 훨씬 추울 때가 많습니다. 대한 다음에는 입춘이 기다리고 있기에 대한은 겨울을 매듭짓는 날로 보아 대한 기간의 마지막 날 곧 입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 하여 계절적인 그믐날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이날을 “해넘이”라 하여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지요. 그래서 입춘부터를 새해로 보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이사나 집수리 따위의 집안 손질은 언제나 “신구간(新舊間)”에 하지요. 신구간은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간을 말하는 것인데 이때 모든 신들이 염라대왕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여도 탈이 없다고 믿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온 놈들은 겨울 들판을 보면 모두 죽어 있다고 그럴 거야. 하긴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하지만 농사꾼들은 그걸 죽어 있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쉬고 있을 뿐이라 여기는 거지. 적당한 햇빛과 온도만 주어지면 그 죽어빠져 있는 듯한 땅에서 온갖 식물들이 함성처럼 솟아 나온다 이 말이네.” 소설가 김영현은 그의 작품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죽은 듯 보이는 한 겨울이지만 이는 자연이나 사람이나 준비 기간인 것입니다. 농촌 사회에서 겨울 석 달은 농한기로, 다음 해 농사를 위한 휴식과 준비의 때지만 이때에도 농민들은 보리밭의 월동 거름덮기, 농기구 손질, 겨울 땔감 준비, 가마니 짜기, 새끼 꼬기 따위를 하며 그저 쉬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크게 힘쓸 일도 없고 나무나 한두 짐씩 하는 것 말고는 대부분 놀고먹기에 삼시 세 끼 밥 먹기 죄스러워 겨울 점심 한 끼는 반드시 죽을 먹었거나 걸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