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 2807. 오늘은 중복, 에어컨보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정복하자 20140728
“아스팔트길을 엿가락처럼 녹이는 폭염 아래서 여기 단돈 300환을 벌기 위하여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 시간을 꼴깍 숨 막히는 격심한 노동을 하여 허약한 몸조차 돌보지 않는 모진 부녀자 군상이 있다. 시내 각처 로타리, 관청 앞 광장 등 잔디밭의 제초작업에 지난 십여 일 동안 임시 고용되어온 부인들이 그들이다. 이외에 도로보수, 지하도 보수 등에 고용된 수많은 인부들이 이에 못지않게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되어 희생적인 봉사를 하고 있다.”
이는 1955년 7월 25일자 동아일보에 난 <폭염과 싸우는 군상>이라는 기사 일부입니다. 오늘은 더위에 누렁이도 혀를 내밀고 지쳐있는 중복(中伏)입니다. 중복 쯤 되면 피서를 가지 못한 사람들은 에어컨 앞에서 지쳐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위 기사에서처럼 에어컨은커녕 뜨거운 폭염 속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인부들을 보면 피서 얘기는 꺼낼 수조차 없습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따르면 복날의 말밑(어원)은 “서기제복(暑氣制伏)”에서 왔다고 합니다. “서기제복”이란 서기(暑氣) 곧 여름의 더운 기운이 엎드려 있다는 뜻인데 “복날은 더위를 꺾어 정복하는 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겨레는 여름철에 탁족(濯足, 산골짜기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일)이나 천렵(川獵,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 따위도 하며 더위를 물리치기도 했지만 양반도 팔을 걷어붙이고 논에 들어가 김을 매주는 등 이열치열로 여름을 나기도 했습니다. 옛 조상처럼 에어컨이 아닌 뜨거움으로 더위를 정복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