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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동가구(東家丘) 동가척(東家跖), 신춘소망 /김광수 국제신문 2014.02.15
원태산
2014. 2. 15. 09:57
친소로 사람 판단 자칫 큰 화 불러, 입조심 말조심 후회없게 하소서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40215.22019195850
동가구(東家丘)란 말이 있다. 동은 동서남북의 제일방향이지만, 비유적 의미로는 우리다. 구는 공자(孔子)의 본명이다. 동가구, 우리 집의 공자다. 표현기법상 격언보다는 속담에 가깝다. 공자같이 위대한 인물도 한집에 살면서 기본적 삶인 좌와기거와 문화적 삶인 입좌보행을 같이하면 평범해 보인다는 뜻이다. 가까이 있는 인물이 폄하되거나 무시당하기 십상인 착시현상을 조심하라는 당부다. 일세를 풍미한 인물도 더불어 살면서 같이 입고 벗고, 먹고 배설하고, 자고 일어나는 일을 반복하면 보통사람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행복까지도 지근거리에서 찾아내기, 지극히 어렵다. 행복 찾기의 경우 칼 부세의 잠언시 '산 너머 저쪽' 등으로 계도가 가능하나, 사람 판단하기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단청 그리기만큼이나 어렵다. 행복에 대한 판단보다 백 배 어렵다는 생생한 증거다. 존경하는 인물을 말해 보라는 질문에 어머니 혹은 아버지라고 대답하는 아이는 행복한 아이다. 편하게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임을 전제로 그렇다.
도척이 공자의 가르침을 일축하고, 지식과 언변을 무기로 백성과 나라를 가지고 노는 자가 세상을 망친다고 대갈했다 하니 소름이 끼친다. 공자의 절대가치 구현을 위한 일생과 철환천하를 몰랐거나 무시한 오류다. 무지와 파렴치, 아전인수와 궤변의 극치니 한 번 도척은 영원히 도척인가? 자칭세칭 식자들과 지도자들이 동가구와 동가척의 교훈을 들여다보지 않는 현실이 무섭다. 화법(話法) 아닌 화술(話術)의 전횡이 무섭다. 두려움 속에서 정직한 마음으로 신춘소망을 빌어본다.
초심을 유지하게 하소서. 알고, 느끼고, 깨닫고, 마침내 행하게 하소서. 때로는 입이 흉기임을 알게 하소서. 떠다니는 말의 배달부가 되지 않게 하소서. 적대적 인물을 걱정해주는 척, 약점을 까발려 인격살인을 하지 않게 하소서. 위악보다 위선이 문제가 많음을 알게 하소서. 가난한 이의 심신을 허물어뜨리는 언행을 하지 않게 하소서. 외롭고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에게, 십자가의 무게가 별나게 무거운 이에게, 과하느니 밝히느니 대박에 집착하느니 운운하지 않게 하소서.
'다 좋은데', 외마디 전제가 치명적임을 명심하게 하소서. 범죄를 지나 죄업임을 알게 하소서. 칭찬의 탈을 쓴 험담이 이웃과 사회를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고 매도하기 위한 것임을 느끼게 하소서. 친소관계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게 하소서. 진위 선악 미추로만 판단하게 하소서. 재미로 내뱉는 욕설이 성추행이고, 승패가 갈리는 놀이가 도박임을 깨닫게 하소서. 필요악이란 미명을 멀리하게 하소서. 그러나 그런 질 낮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자랑하지는 말게 하소서. 가까운 이의 장점보다는 소원한 이의 장점을 찾는 나날이게 하소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이분법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하소서.
표절을 질타하면서도 대필에는 관대한 문인이 되지 않게 하소서. 무식한 표절보다 유식한 대필이 역기능이 더한 것을 알게 하소서. 윤문이란 미명 하에 동료나 후배의 말글을 일그러뜨려, 문학적 장래를 막는 우행을 저지르지 않게 하소서. 문단권력이 정치권력이나 금력 이상으로 영육을 황폐하게 함을 느끼게 하소서.
수오지심을 잃으면 무슨 짓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얼마나 유명한지가 아니라 어떻게 유명한지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하소서. 왕따가 두려워 부조리에 완전 함구하지는 말게 하소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하소서. 죽음 앞에서 조금만 후회할 수 있게 하소서. 이 말글을 신춘소망 겸 고해로 삼는 필자, 참담하고 부끄러우니 용서하지 마소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