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얼레빗) 2595. 오늘은 추분, 어르신을 공경하는 날

원태산 2013. 9. 23. 09:22

“《천문지(天文志)》를 살펴보면, 노인성은 항상 추분(秋分)날 아침에 병방(丙方)에서 나타나, 춘분(春分)날 저녁에 정방(丁方)에서 사라지는데, 노인성이 나타나면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임금이 오래 살고 자손이 번성하는 까닭에 추분날 남교(南郊)에 나가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태종실록》 21권, 11년(1411) 1월 11일 치 기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남극성(南極星), 수성(壽星)으로도 부르는 노인성(Canopus)이 나타나면 세상이 태평해지고 임금이 장수하는 반면 이 별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임금에게 변고가 생기고 전쟁이 일어난다고 여겼던 것이지요. 그래서 추분에 노인성이 나타나면 벼슬아치들이 임금에게 축하를 올리고 노인성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성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오래 살게 해준다고 믿는 신앙 대상이어서 이날은 어르신을 공경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 중용을 깨우치게 하는 추분, 이때쯤 되면 벼는 익어 고개를 숙입니다. 한자 향기 향(香) 자를 보면 벼 화(禾) 자 밑에 날 일(日) 자가 붙었습니다. 그것은 한 여름 뜨거운 햇볕이 벼를 익게 하여 그 안에 향으로 진동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사람도 온갖 풍상을 겪은 뒤라야 그 내면이 알차고 향기로울 것입니다. 오늘은 추분! 이제 슬슬 가을이 깊어갑니다.